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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의학자들이 심장혈관질환·치매·당뇨병을 한 번에 예방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잠(수면)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하루 7~8시간 자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런데 충분히 자도 늘 피곤 한 사람이 있습니다. 무언가가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인데, 그 원인은 80가지가 넘습니다.
그 중 가장 흔하면서도 위험한 원인은 수면무호흡증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은 글자 그대로 잘 때 호흡이 없는 증상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면서 코를 골 때 잘 나타납니다.
코를 고는 것까지는 좋은데 “컥컥” 거리며 숨을 멈추다가 어느 순간 “푸” 하고 숨을 몰아쉬기를 반복합니다. 10초 이상숨을 멈추는 수면 무호흡이나 숨을 얕게 쉬는 수면 저호흡이 1시간에 5번 이상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에 해당합니다. 수면무호흡증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2015년 약 2만 9,000명에서 2018년 약 8만 3,000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이상 많고 40대 이상에서 흔히 발병합니다.
주로 남자 그리고 40대 이상에서 발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잘 때 공기가 드나드는 길(상기도)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주변 조직과 부딪혀 마찰음을 냅니다.
이것이 코 고는 소리입니다.
기도가 좁을수록 그 소리는 요란해집니다.
기도를 막는 것은 혀의 뿌리 부분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혀뿌리 근육이 약해져 잘 때 처지면서 기도를 막습니다.
또 살이 찌면 기도가 좁아집니다.
남자가 여자보다 비만한 경향이 있어서 코를 고는 비율이높습니다.
신원철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는 “비만으로 상기도가 좁아진 경우, 노화로 혀뿌리 근육이 처지는 경우, 폐경으로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해서 근육의 탄력이 줄어든 경우, 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좁은 턱을 가진 경우에 수면무호흡

증이 발생하기 쉽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고혈압·심근경색 등 심장혈관질환 위험

수면무호흡증은 크게 폐쇄성과 중추성으로 나뉩니다.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서 생기는 것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면무호흡증은 대부분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가리킵니다.
상대적으로코를 고는 소리는 작지만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중추성 무호흡증이라고 합니다.
이는 호흡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호흡 중추가불안정한 것이 원인입니다.


폐쇄성이든 중추성이든 수면무호흡증의 문제는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다가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출 때 간헐적 저산소증에 빠집니다.
이때 신경 센서가 작동해 뇌를 깨우고,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호흡 중추를 자극합니다.
한마디로 억지로 숨을 쉬도록 뇌를 깨워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은 이 정도로 넘어갈 문제가아닙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위험하다고 한 이유는 심장혈관질환, 치매, 당뇨병과 관계가있다는 점이 꾸준히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잠을 잘 때 심장 박동이 느려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일시적으로 숨을 쉬지 않다가 한번에 몰아쉬기를 반복하면서 심장 박동이 2배나 빨리 뜁니다.
갑자기 빨라진 심장 박동을 감당하기 위해심장벽은 점점 두꺼워집니다.
이는 고혈압 위험이 커짐을 의미합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고혈압 위험이 58% 증가한다는 사실이 연구로 확인됐습니다.
심장 박동은 최고에 달하는데 산소 공급량은 최저가 되는 상태가 반복되므로 심근경색 발병률도 높아집니다.

치매와 당뇨병의 위험성을 높이는 수면무호흡증

산소 공급이 잘 안 되는 상태가 수년간 반복되면 뇌 기능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치매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잠을 잘 때 몸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베타아밀로이드)을 제거하는데 수면의 질이 나쁠 때는 충분히 제거되지 않습니다.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국내 연구에서도 수면무호흡증으로 수면의 질이 나쁜 사람은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밤에 자주 깨는 사람이 수면무호흡증까지 있다면 치매 위험성이 5~6배 높아집니다”라고 말합 니다.
잠을 잘 때는 에너지(포도당)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므로 혈당도 떨어집니다. 그런데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잘 때도 혈당이 증가합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연구팀이 지난해 뇌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면서 포도당을 소비하므로 혈당이 증가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에 발표했습니다.



높아진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량도 늘어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2형 당뇨병이 발병합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50~60%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합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30~40%에서 인슐린 저항성 또는 내당능(포도당 대사 능력) 장애가 있는 것으로 관찰됩니다.
신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당뇨병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면무호흡증이 반복되면 간헐적 저산소증과 빈번한 각성으로 수면 분절이 나타납니다. 즉,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켜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서 당뇨병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수면무호흡증은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아주대병원과 건양대병원 연구팀이 수면무호흡증이 호흡기 질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한 결과 간헐적 저산소증 환경에서 호흡기의 섬모 운동이 약 17%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를 포함한 호흡기에 있는 미세한 털인 섬모는 1초에10~20회 빠르게 움직이면서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섬모 운동이 느려지면 필터 기능이 떨어져 바이러스와 세균 등 이물질이 체내로 유입돼 폐렴이나 기관지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취약한 셈입니다.

빨리 걷기, 혀 운동 등 생활습관으로 개선

이쯤 되면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질병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를 고는 사람은 정작 자신이 코를 고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코를 곤다는 말을 들어봤거나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병원으로 달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효과를 볼 수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는 자세를 바꿔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머리, 목, 척추가 곧게 펴지도록 등을 바닥에 대고 눕는 자세가 건강한 수면 자세입니다.
그러나 혀가 기도를 막을 수 있으니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옆으로 누워 자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목과 척추에 부담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엎드려서 자는 자세의 경우 코골이는 다소 해소되지만 그외 별다른 이점이 없고 목과 허리에 무리를 주는 등 단점이 더 많습니다.
또 다른 생활습관 개선법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의 원인 중 하나가 비만이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주 5회 빨리 걷기를 추천합니다.
물론 근육 운동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다만 잠들기 직전에 운동하면 근육이 긴장해서 오
히려 숙면을 방해하므로 잠들기 6시간 전에 운동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꾸준한 혀 운동도 도움이 됩니다. 수면의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혀와 입술 근육 운동이 무호흡·저호흡 지수를 62%개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혀와 상기도근육이 강화되면 혀뿌리가 뒤로 밀려 기도를 막을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수면센터에서 추천하는 혀 운동법은 이렇습니다.
혀끝을 앞니 뒤쪽에 대고 밀기·혀를 코 끝에 댄다는 느낌으로 밀기·혀를 턱에 댄다는 느낌으로 밀기·혀를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밀기·혀를 동그랗게 말기 등입니다.
이런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코골이가 해결 되지 않는 사람은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병원에 가면 수면다원검사로 수면 시간당 무호흡 또는 저호흡이 발생하는 횟수를 측정합니다.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가 1시간에 5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인데, 이 횟수가 많을수록 심각한 상태입니다.
코를 고는 일로 병원까지 가야 하나 싶지만 수면무호흡증 치료는 심장혈관질환, 치매, 당뇨병 등을 예방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수면무호흡증은 잠잘 때만 기도가 막히는 기능적 문제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수술보다 양압기 치료를 우선 고려합니다.
마스크처럼 생긴 양압기는 잠을 잘 때 코에 일정한 압력으로 공기를 넣어주는 의료 장비입니다.
이 치료법은 효과가 좋아 2018년부터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매일 마스크를 쓰고 자는 불편함이 있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그 대안으로 최근에는 입에 마우스피스 같은 것을 물고 자는 치료법 등도 나왔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은 건강 유지를 위해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을 예방하는 생활수칙

● 체중이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BMI 25이하)합니다.
●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습관을 유지하며,수면시간을 최소 6시간 이상 확보합니다.
● 술과 담배를 절제합니다.
● 습관적으로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수면제 복용을 삼갑니다.
숨이 막혀도 뇌가 깨지 못하므로 수면무호흡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 베개가 높으면 기도가 꺾일 수 있으므로 뒷목을 받치는 낮은 베개를 사용합니다.
● 옆으로 자면 수면 중 기도가 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수면무호흡증을 줄일있으나 1~2시간마다 뒤척이는 문제가생깁니다.

글 / 노진섭 시사저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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